수족냉증, 손발이 찬 증상을 말하는 것이죠. 전시대부터 양의학이 주류가 되었지만 소위 수족냉증의 치료에는 늘 한약으로 치료해왔습니다. 이런 증상은 양약이나 수술 등으로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수족냉증을 한약을 치료가 쉬운 것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몸의 쇠약해져 증상이 나타날 때는 쉽게 치료는 됩니다.
문제는 평소에도 늘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체질적인 생리에서 비롯한 병리 증상이므로 치료가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만성적인 수족냉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1. 환자의 체질적인 개성을 알아내야 하고
2. 그러한 체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지에 대한 병리를 알아야 하고
3. 체질과 병리에 맞출 수 있는 본초의 기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시대부터 그래왔듯이 흔히 용의나 사이비들은 손발이 차다고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주면 따뜻해진다는 하나의 이치만 알아 처방에 인삼 계피 부자 생강 마황 옻 등의 더운 기미의 본초를 주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약재를 넣은 차를 마셔도 며칠간은 손발이 따뜻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큰 문제가 남게 됩니다.
문제가 남는 이유는 그런 처방에는 생리도 없고 병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생리나 병리가 없는데 처방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큰 문제가 무엇인지를 간단히 설명합니다.
손발이 찬 분들의 대부분은 심장기능이 약한 분들입니다.
심장기능이 부진하게 되면 심장은 항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장이 항진되면 심장에 열(=에너지)이 몰리게 됩니다.
단위시간내의 에너지의 량은 거의 일정하니 심장에 열이 나면 말초에서는 그만큼 열을 빼앗기게 됩니다.
바로 이런 병리로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손발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위에 약초로 처방하게 되면 심장은 더욱 항진되어 손발도 잠시 동안은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심장 항진이 임계치를 넘게 되면 몸에서 약발을 거부하든가 혹은 극심한 심부전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수 십 년 전에 가끔가다 이런 말이 들은 것을 기억하실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뉘 집 아이가 어렸을 때 녹용보약을 너무 먹어서 열이 머리에 올라와 이후에 머리가 어떻게 되었다든가 혹은 그 이상 어떻게 되었다든가 하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당시는 녹용 자체를 수입할 수도 없었고 어쩌다 밀수로 들여온 녹용을 어린아이한테 처방할 환경이 되지도 못했었습니다. 물론 아주 부잣집이거나 특별한 경우에 녹용보약을 먹였다는 경우는 있지만 그때 잘 못된 경우도 녹용 때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녹용은 뼛국물이라 소화기 장애는 있어도 머리로 열을 몰아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추측이지만 아마도 당장 힘을 내주는 처방에 그전부터 용하다는 사이비들의 비법이라고 알려진 처방, 즉 부자 등 위에 열거한 본초를 과도하게 넣어서 그런 말이 돈 게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녹용은 따뜻하기는 해도 열을 내는 약재는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춥고 배고픈 시절에 최고의 처방은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인데 값이 비싼 녹용은 마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묘약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기는 했었습니다. 황당스럽게도 녹용은 혈액순환을 돌게 해주는 것이지 결코 열을 내는 것은 아닌 데에도 값이 비싼 탓에 마치 보약의 대명사로 여겨지게 되면서 보약이니 열을 내는 약재로 인식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손발이 차고 가슴에 열이 많은 경우 (대부분 불면증이나 역류성 식도염 - 이는 모두 심장병에 속합니다.)에는 처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질마다 다르고 병리마다 다르고 또한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만 큰 원칙은 가슴의 열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슴의 열이 빠지는 만큼 손발을 따뜻해집니다.
치료 사례는 너무도 흔한 경우라 생략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약초의 예를 들었지만 현실 생활에서는 음식도 역시 같습니다. 약초와 식재료는 처음부터 같은 것이니까요. 즉 손발이 찬데 커피 초콜릿 매운 것 겨자 생강 양파 등등이 그런 류인 것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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