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이광수 님의 사물연주를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사물놀이란 북 꽹과리 장구 징의 네 악기로 구성된 타악 연주입니다. 그리고 연주에 맞추어 사설이나 구음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물론 사물의 악기 편성이나 연주의 기원은 불교의 의식에서 비롯다고 하지만 세월로 흘러 내려오고 대중으로 흘러 퍼지면서 요즘의 사물연주는 대체로 정형화되어 악기는 위의 네 가지로 거의 고정화된 것 같고 다만 연주의 형식은 연주자의 개성과 공연장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것 같습니다.
모든 연주가 그렇듯이 타악 연주도 강약과 속도의 변화가 사람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물론 현악이나 관악에 비해 타악은 음의 고저와 장단은 매우 제한적이기는 한데 그러나 사람의 기를 발산시키는 데에는 정말 특화적입니다. 그러니 사물연주를 처음 들을 때는 시끄럽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잠시라도 듣다 보면 애쓰지 않아도 금방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공연을 보다 보니 이광수 님과 제자분들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이 느껴졌고( 물론 필자가 이런 평가적인 말을 하면 막상 본인들은 기분이 좀 거시기할 겁니다. 왜냐하면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라 따따부따할 입장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직업적인 감각으로 사물의 음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타악 연주 자체가 모두 양적이라 사람의 기를 쉽게 발산시킬 수 있지만 음양은 그 안에서도 역시 변화가 있는 것이니 이 부분을 응용하면 관람객의 분위기를 미미하나마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사물 중 가장 양적인 악기는 꽹과리이고
그다음이 장구
그다음이 북
그다음이 징으로 보였습니다. 다 양적인 악기지만 그 안에서도 따져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계절에 비유하면 꽹과리는 여름
장구는 봄
북은 가을
징은 겨울의 기운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나의 공연이 기승전결의 형식을 밟아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감성일 것이니 내공 있는 예인이라면 저절로 음양의 조화가 맞추어지겠지만 그러나 또 그 안에서도 변화는 있을 것이니 매번 같은 공연 일지라도 공연자가 사 계절 중의 어느 계절의 기운을 더 도드라지게 할 것인가에 따라 관객들한테 감성적인 영향을 미미하나마 달라지게 할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예컨대 사회 분위기가 침울하고 스산한 겨울 같다면 보다 양적인 여름 기운이나 봄기운을 돋우는 것이죠. 쉽게 말해 꽹과리와 장구의 감성을 끌어올려 몸과 마음을 추동 시키는 것이죠. 만일 반대로 분위기가 너무 떠있어 감성을 좀 무디게 해야 한다면 북과 징의 소리를 더 퍼지도록 한다는 거죠.
물론 이러한 공연에의 응용은 아무래도 수동적인 일반 관객들한테는 의미가 없겠지만 그러나 공연예술가가 예인의 길에서 벗어나 도인의 길로 들어서려 한다면 고민해 보아야 할 기술적인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물놀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 세대 전의 억눌린 사회에서 자유스러운 영혼들이 신나게 놀아보자는 분위기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은 구시대의 유교적 계급 감성에서 연원했던 분야에 대한 차별은 없어진 사회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사물놀이라는 명칭보다는 사물공연이라는 명칭이( 혹은 더 좋은 명칭이 나올 수도...) 전부터 심어진 도피적 끼리끼리에서 이끌어가는 선생 집단이라는 느낌으로 바꾸려는 각성도 (이미 젊은이들로부터 조금씩 저절로 생겨나고는 있지만... )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글을 쓰다 보니 도인이라고 하니 마치 어떤 이치를 알아야 하는 것으로 보일 수가 있어 덧붙입니다.
이치를 아는 것은 기술자 영역이고 도인의 영역은 사람을 위하는 진실한 마음이죠. 대중 앞에 선 사람은 대중이 그리고 자신이 마음속 깊이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지에 대한 더 듬과 그것을 부끄럼 없이 끌어내놓음을 고민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바로 도인인 것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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