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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따듯하게 해주어야 하는 이유

강남하라비한의원 2023. 12. 5. 15:18

흔히 사람들이 인용하는 한의학의 옛말 중에

"머리는 차고 발은 따듯하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실제로 실천하시는 분들도 아마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늘 그렇듯 이렇게 단편적인 구절은 앞뒤의 생략된 조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조건들을 나열하기에는 말이 길어지니 간단한 내용만 구절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배경을 모르는 대중들은 단편적인 내용이 전부라고 믿게 되는 것이죠.

위 말은 생리에 바탕을 둔 생활섭생의 한 부분입니다.

문제는 일부 대중은 추운 날에도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듯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얼핏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이런 생활섭생이 마치 유식자의 만족감을 넘어 주위 사람들한테도 은근히 강요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생리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시다.

추우면 따뜻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겨울에 기온이 떨어지면 몸에 가장 중요한 머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생리와 맞습니다.

다만 머리는 열이 발산되는 부위라 상대적으로 더울 수가 있으니( 특히 간열이 높은 체질 ) 한기를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살인섭생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옛날부터 당부하는 말이 비인 부전(非人不傳)이라고 하였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한테 그 내용을 전하지 말라는 뜻이죠. (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식자들이 반대로 알고 있는데 예컨대 싹수없는 애한테는 알려주지 말라는 뜻으로 바꾸어져 쓰고 있죠. 본 뜻은 제대로 알고 나서 사부 노릇을 하란 말입니다. 쉽게 말해 선무당이 사람 잡지 말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말도 원문은 긴데 앞뒤의 조건들이 짤려지고 비인부전만 남아서 내려오게 되니 선무당들이 본 뜻을 반대로 해석하여 제자의 싹수 운운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옛 글자의 인(人)이란 표현은 보통 수준의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도덕성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사람은 민(民) 혹은 직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만일 추운데 머리를 차게 하면 가장 먼저 모세혈관이 졸아 들어 혈행이 부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인 조금 더 큰 혈관도 같이 부진하게 되고 동시에 앞목 목덜미의 근육을 경직시켜 머리로 들고 나는 혈행을 방해하게 되는 거죠. 더구나 체질적으로 폐가 약하여 비염이 있는 분들은 구강을 붓게 하여 머리뿐 아니라 감각 기관의 기능마저 낮추게 됩니다.

체열의 높낮이는 상대적인 것이라 자신의 체온이나 외부 온도의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비록 기온이 낮지 않아도 몸에서는 비염은 물론이거니와 혈행부전으로 인한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은 뇌혈관 증상들입니다. 어떤 증상이든 한 번에 오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한편으로는 적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혈이 소모되어 어떤 기준치에 이르면 문제가 갑작스럽게 커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원래 인체의 병리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는 없고 쌓이고 쌓여서 밖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그 쌓이는 과정을 무시했거나 혹은 모르거나 하면 마치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죠. 속된 말로 관을 보아야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늦가을이나 겨울 초입인 요즘에 노인들의 부고장을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 같은 이유입니다.

손질된 머리 모양이나 귀찮음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생명성이 중요하니 겨울에는 늘 모자를 쓰고 다니시기를 권합니다. 밤이나 새벽에는 머리를 찬 곳으로 두지 말고 특히 비염을 갖고 있는 분들은 작은 난로로 얼굴을 데워주시기를 권합니다. 사실 발은 좀 차도 생명성에는 거의 무관합니다. 그러나 머리만은 따뜻하게 해주어야 아침에 머리가 맑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