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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中風)이란 말 뜻은 다양해도 병리는 공통적입니다.

강남하라비한의원 2023. 12. 19. 15:39
의문(醫門)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일반 생활용어에서 오는 것이 많지만 역으로 의문의 용어가 생활용어로 널리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의문에서 사용할 때의 개념과 생활에서 사용할 때의 개념에 공통적인 내용은 당연히 있지만 그러나 의문에서 사용할 때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말 가운데 안과 밖(내외), 겉과 속(표리), 위아래(상하), 전후, 좌우 그리고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중과 말단) 등의 개념이 한의서를 본다는 학도들조차도 늘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니 때로는 평생 글을 읽어도 그 이해가 애매한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도 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단어에 대한 이해는 너무 쉽지만 그러나 문장 속에서는 뜻이 애매해지는 위의 개념을 후학들을 위해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내외(內外)
의서에 보면 내외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안과 밖이라는 뜻이죠.
내외는 공간적으로 구분되는 범위를 말합니다. 예컨대 몸의 안과 몸의 바깥처럼 경계가 눈으로 명확하게 지어질 때에 쓰는 말이죠. 물론 추상적인 표현에도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안팎의 경계는 뚜렷합니다. 예컨대 속마음을 뜻하는 내심, 밖으로 표현된 외양 등의 표현 같은 거죠.
그런데 이런 구분은 의학적인 필요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시는 분들 솔직히 한의사들 중에서도 많을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봅시다.
한의학의 기본 생리는 기의 승강출입니다.
내외는 경계가 뚜렷한 만큼 기의 출입이 이루이지는 부위입니다.
그러니 병리뿐만 아니라 본초의 기미와 조화되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상세는 생략합니다.)
2. 표리(表裏)
흔히 표리부동할 때의 표리는 겉과 속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의미지만 한의학에서는 표리는 자주 나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로 하면 겉과 속이라고 하니 내외라는 말과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 구별을 먼저 말하면 내외는 경계가 뚜렷한데 표리는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뚜렷하지 않으면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니 비과학적인 용어로 보일 수는 있으나 필자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고 가장 과학적이고 적절하다는 봅니다. 그 이유를 아래에 예를 들어봅니다.
- 공간적인 구분을 할 때의 표리 : 어떤 주체의 속은 리입니다. 겉은 표이구요. 그런데 리는 단순히 공간적인 속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능까지도 포함된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표 역시 공간적인 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까지도 말하는 것이고요.
- 하나의 공간에서 표리 : 공간이 속과 겉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공간에서도 표리는 있습니다. 예컨대 몸 안이라는 공간에서 표리를 말하면 몸의 안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리는 깊은 속 표는 얕은 속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팔에서 리하면 뼈나 혈관을 뜻하고 표는 피부나 피하 부위를 뜻하는 것이죠.
- 추상적인 표리 : 추상적이란 기능상의 표리를 말하는 것인데 어떤 기전이 일어나는 원인이 속에 있으면 리가 되는 것이고 겉에 있으면 표가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발에 쥐가 났을 때 표는 발이 되지만 리는 심장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콧물이 났을 때 코는 표가 되고 폐는 리가 되는 것이죠.
표리 구분의 의미는?
상한론에 병리를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개념이 표리죠?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3. 상하(上下)
위아래는 공간적으로 구분하기 쉽습니다. 머리는 위고 발은 아래니까요. 그러나 그 구분이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위아래를 기능적으로 구분하게 되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한의학에서 상하를 구분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삼초론입니다. 삼초란 상초 중초 하초를 뜻합니다.
기능적으로 구분하면 심장과 폐는 상초, 간과 비는 중초, 신은 하초 이렇게 분류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공간적으로 구분하면 머리와 팔 그리고 가슴은 상초, 체간은 중초, 하복과 다리는 하초가 됩니다.
너무도 쉬운 분류인데 제대로 공부하여 그 뜻을 찾으려는 사람들한테는 이 구분이 자꾸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기능적으로는 상초인데 공간적으로는 하초에 속하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거든요. 필자가 이렇게 말하면 벌써 헷갈리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예컨대 발에 피가 안 통하여 저리거나 쥐가 났다면 상초 중초 하초 가운데 어디에서 병리를 구해야 하나요? 그 병리에 따라 치법도 당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분의 의미죠.
피가 안 통하면 일단은 혈관의 문제이고 혈관의 문제는 심장의 문제이니 상초에 속하고 발은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기능적으로도 하초에 속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하초가 딱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연결되는 것이죠. 그래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상초에서는 어떻게 하초에서는 또 어떻게 그리고 그 치료법이 상하초에 서로 배치되지 않는 것인지를 보아야 하고요. 이 정도 나아가면 대부분의 한의학도들은 포기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나마 책을 읽은 사람은 그냥 옛책에 이럴 때 이런 처방이 좋더라 하고 나름대로의 확신도 없이 따라가겠죠.
4. 전후좌우(前後左右)
옛날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주제자는 기본자세가 남면(南面)입니다. 이것에 대한 이해는 상고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아주 간단히 말하면 고대에 문자와 야금술을 갖고 있었던 북방민족( 바로 우리의 선조죠 )이 바이칼 부근에서 기후변화라든가 어떤 이유로 동남진하면서 지금의 동아시아에 문명을 퍼뜨립니다. 당연히 당시의 미개한 수준의 토착민들에게는 지배자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토착민과 구별하면 지식 정보를 가진 지배자를 인(人)이라 불렀고 토착민을 민(民)이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인은 언제나 남쪽을 바라보는 자세가 된 거죠. 그것을 남면이라고 합니다 남쪽으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인이 남면하면 왼쪽 즉 동쪽은 푸른 바다, 앞쪽 즉 남쪽은 더운 열기, 오른쪽 즉 서쪽은 넓은 황무지, 뒤쪽 즉 북쪽은 춥고 검은 바다 이렇게 사방이 됩니다. 이 개념이 한(漢) 족에 의해 변형되어 오방이 되고 오행설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음양설과 한의학과 결합하면서 한의학이 조금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용어에 혼란도 가져올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보니 좌는 간 우는 폐 등으로 섞어 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필자가 쓴 자게에 좌간우폐에 관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다행히 용어는 혼동되어도 의학상의 해석에는 결정적인 혼동은 거의 없습니다.
5. 중(中)
중이란 단어는 공간적으로는 파악하기 쉽습니다. 대상물의 가운데이니까요.
그런데 기능적으로 보면 정말 많은 내공이 요구되는 개념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중이란 화살을 과녁의 정중앙에 맞추는 것을 상형한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죠. 이에 비해 말단이나 변은 중요하지 않은 개념이 되는 거죠.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개념은 한의학도들도 많이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풍은 뇌혈관질환이라고 누군가 (아마도 중의학자들이 아닐까 합니다만) 개념을 양의학에 직접 대입시킨 것으로 많이 쓰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필자는 여전히 세련되지 못해 보이는 중풍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늘 선조들로부터 써왔던 말이기도 하거니와 중이란 말의 의미가 깊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풍이란 말은 간기능을 대체시키는 목기(木氣)라는 뜻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아실 것입니다.
한편 바람이란 많이 맞으면 사지의 혈관이 좁아지고 체온이 떨어지면서 운동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경험적으로 예부터 알고 있었고요. 문제는 풍은 이해가 되는데 왜 중이냐? 인 거죠. 몸 가운데서 어떻게 바람이 나오냐 하면서 수많은 논쟁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전제하면서도요.
위에서 중이란 글자의 해석을 말한 이유는 정중앙 즉 가장 중요한 부위라는 것입니다.
즉 가장 중요한 부위에서 병리가 발생하면 겉보기 증상이 마치 바람을 오래 맞은 것처럼 근육이 위축되고 흔들거리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위에 병리가 발생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디인가? 라는 것이죠.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오장입니다. 그리고 오장과 기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관하는 뇌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뇌 혹은 오장에 병리가 발생해서 생기는 증상이 전신에 나타나면 중풍이라고 한 것입니다.
우선 뇌혈관 문제는 알려진 대로 뇌혈전 뇌출혈 지주막하출혈로 좁혀집니다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중풍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뇌에 습담이(종양도 포함) 끼면 이것도 뇌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니 중풍에 속하고 뇌세포가 녹아 나서 생기는 치매도 역시 중풍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상고시대의 의술은 아직도 수수께끼에 쌓여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뇌를 몰라서 뇌풍이나 뇌병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중풍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코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바로 오장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몸의 기본적인 정기를 생산해 내 데에는 가장 중요한 부위가 오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오장은 중(中)이 되는 것입니다. 뇌는 통합 조절을 하지만 에너지를 생산해 내지는 못하니까요. 그래서 포괄적인 용어로 중풍이라고 했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뇌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말하는 혈전이나 고혈압이 원인일까요? 그렇다면 혈전이나 고혈압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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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눈에 들어오시죠? 바로 그 원인을 제공하는 병리가 바로 오장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풍의 치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오장을 치료해 주면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오장은 중이 되고 뇌혈관은 말단이 되는 거죠.
그래서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증상을 치료하는 데에는 공통병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오장병리인 것이죠.
다양한 뇌증상은 양방적으로는 다양하지만 한의학의 눈으로 보면 아주 단순화됩니다.
오장의 병리를 제대로 변증하고 그리고 위에 언급된 내외 표리 상하의 개념을 입체화시키면 되는 거죠.
이미 뇌 손상이 온 경우라면 없어진 세포는 살릴 수 없지만 그러나 한약처방은 중풍에 효과적인 것은 필자의 경험으로 충분히 확인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