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암 환자나 혹은 암 환자였던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암이라고 하면 사람들한테 주입된 감성이 곧 죽는다라는 분위기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암 때문이 염증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주어 생명이 연장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는 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보통 간단한 염증은 소염제로 치료가 되지만 그러나 몸의 정기가 쇠약해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염증에는 소염제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만일 소염제가 효과적이라면 폐렴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이 얘기는 여기서 그치고 암에 대한 한의학적인 설명을 간단히 하고자 합니다.
암은 한의학에서 적취라고 불리었습니다. 적(積)은 악성 암이든 양성 암이든 형태가 갖추어진 단단한 것을 의미하고 취(聚)는 그냥 물렁하게 굳어졌다가 쉽게 없어지는 형태를 말합니다. 좀 더 한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적은 정분(精分)의 병이고 취는 기분(氣分)의 병이니 적은 치료가 어렵고 취는 치료가 쉽습니다.
적이란 쌓인다는 뜻인데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이고 쌓이면 돌처럼 되는 것을 말하고 요즘 용어로 암이라고 하는 거죠. 사람마다 개인의 생리적 병리적 개성이 다르듯이 암의 성질도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노폐물이 어디에서 많이 생기고 어디에 쌓아 둘지에 대한 생리적 개성이 암의 병소가 될 것이고 몸의 정기가 얼마나 강하고 유연하느냐에 따라 암의 성장과 예후에 대한 개성이 정해질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점점 더 커지면 주위의 조직을 망가뜨리고 살을 찢어 염증화를 심화시키니 어느 한계에 이르면 생명이 끝나게 됩니다. 다행히 종기 덩어리가 피부 근처에 있으면 외과 수술로 쉽게 떼어낼 수 있습니다만 몸 안에 들어 있으면 생명이 위험할 때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옛 기록에 화타는 배를 가르고 적 덩어리를 떼어내고 다시 내장을 물로 씻고 배를 꿰매어 낫게 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만 모두가 화타와 같은 수준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예부터 적을 치료할 때에는 크기가 적당히 줄면(1/3? 정도까지) 더 이상 치료하지 말고( 왜냐하면 치료 본초가 강하기도 하고 치료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니까요) 정기를 보존하는데 치중하도록 했습니다.
요즘은 현대 과학의 힘으로 사진상으로 몸 안의 내부를 대부분이 관찰이 가능하니 몸속에 있는 적도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정교한 기술로 수술하여 덩어리를 떼어낼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분명히 현대 의학의 덕이 큽니다. 그런데 비록 암덩이를 떼어 냈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암세포가 남아 있을지 모르니 이후에 항암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항암치료는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암 환자나 혹은 수술로 암세포를 없앴다고 하더라도 전이가 된 경우였거나 혹은 수술만으로는 안심이 안되는 경우에 하게 됩니다. 항암치료는 몸의 기전을 조율하거나 혹은 병원균을 무력화시키는 치료가 아니고 암세포를 죽이거나 무력화시키는 치료입니다. 그런데 암세포만 죽일 수는 없는 것이 항암치료의 문제임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즉 항암 과정에서 정상세포나 암을 죽이는 대식세포도 죽일 수 있으니 항암치료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몸의 정기가 쇠약해지게 된다는 것이죠. 몸의 정기가 쇠약해지면 생명력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항암치료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혹은 수 년까지도 하나 봅니다. 그 사이에 몸의 정기가 쇠약해지니 개인 차이는 있지만 정기가 쇠약해지면 나타나는 여러 무기력한 증상들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암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인데 일단 항암 선택을 하였다면 일한 무기력한 증상들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까운 지인이 대장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중에 가장 눈에 보이는 증상은 물론 첫째가 무기력입니다만 그다음으로는 몸의 변화 중에 손톱 주변이 까매지는 것이었습니다. 혀에 검은 반점도 생기고요. 또 다른 사람의 경우는 전신에 발진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러한 피부 증상들은 몸에서 항암제 혹은 항암제로 인한 결과물을 독소로 인식하여 최대한 빨리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전으로 보입니다.
즉, 첫째는 기력을 올려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노폐물을 빼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난해한 문제입니다. 정상 세포는 정상 생리를 위한 대사 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항암제와 싸워야 합니다. 따라서 기운이 소모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기운을 낸다는 보약재를 먹는다고 해서 해결될 사항도 아니고요. ( 참고로 기분의 보약재를 복용하면 정분을 소모하여-그나마 지쳐있는 세포를 녹여내어 기운을 돌리는 - 나중에 몸이 더 힘들어질 것이고 혈분이나 정분의 보약재를 복용하면 소화가 안될 것입니다. )
이 부분에서는 충분한 휴식과 오장의 균형을 잡아주는 처방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노폐물을 빼내주는 무리하지 않은 범위에서 땀을 내주거나 대소변을 편히 해주면 몸 안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드니 심할 정도로 힘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앞서 말한 지인은 이러한 한방 처방과 음식 섭생으로 항암 치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곧 끝나가기는 합니다만 병원에서 퇴원 시에 체중을 여전히 유지하고 관계자들도 놀랄 만큼 체력이 강하다는 말을 듣고( 실제는 체력은 아주 약한 편인데 항암 과정에서 처음부터 혼자 걸어 다닐 만큼의 기력과 총기가 유지되니 그렇게 판단하는 것 같음) 있습니다. 음식 섭생은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은 다 들고 다만 감염 우려가 있는 날것이나 날 채소는 피하고 인공 화합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소화에 부담되는 현미라든가 보리 이외의 잡곡류는 당연히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결론은 항암제는 항암제인 동시에 발암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력을 손상시키고 몸 안의 노폐물로 작용하여 몸의 정상적인 생리기전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한약 처방과 생활 섭생은 항암 치료의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시키는 필요조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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