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소화기 장애로 고생하는 아이들 가운데에는 부모님의 '무관심'이나 '무지'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컨대 자주 배가 아프고 구토하는 아이들의 식성을 알아보면 나이에 맞지 않게 라면 국물이나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어른을 닮아가는 그런 식성을 마치 아이가 남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아이는 일찍이 웰빙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근데 이렇게 잘 먹는 아이가 왜 배가 아프고 토하는 것이지요?"라는 표정으로요.
갓 태어난 아이는 소화기관이 아직도 미숙한 상태입니다. 위의 모양도 처음에는 직선의 형태에서 서서히 옆으로 누워있는 모양을 합니다. 그만큼 소화기관이 미숙해야 나머지 장부가 혹여라도 잘못 먹어 상해를 입을 확률이 줄어듭니다. 만일 소화기관이 처음부터 튼실하다면 아이가 이것저것 잘 먹고 난 다음에 다른 장부가 소화기관에서 받아들인 음식과 영양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곧바로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미숙하게 하여 쉽게 토하거나 쉽게 설사할 수 있도록 자연이 배려한 것이죠.
이러한 생장 과정은 자연이 억겁의 세월을 걸쳐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것이므로 구태여 인간의 짧은 지식으로 분석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어린아이는 내부 장부뿐만이 아니라 외부 조직, 즉 피부나 근육도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도를 포함하는 모든 자극에 대하여 매우 취약합니다. 한편, 아이들의 생리적인 특징은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대사가 매우 빠르고, 그에 따라 많은 영양이 요구됩니다. 소화기관이 작으므로 어른과 같은 양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적은 양의 음식을 자주 먹여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생리적인 특성 때문에 아이들은 단 음식, 고기 등의 단백질이 든 음식, 그리고 맵거나 짜지 않은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서구적인 식단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한식에는 그런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쉽게 조리하거나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부모님들의 정성이 필요할 뿐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은 집안의 음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아이들도 서서히 맵고 짠 음식을 일찍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 가운데 위 점막이 튼튼하여 충분히 잘 적응하는 경우라면 다행입니다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소화기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가 힘들어지니까 소화액을 더 내게 하기 위해 또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러한 변화를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발전으로 받아들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는 서서히 오기 때문이고, 또 으레 체질이려니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막말로 말하면 부모님의 건강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정도의 나이에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대부분이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몸이 마른 아이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몸무게 좀 나가는 아이들이라도 겉보기와는 달리 배를 눌러보면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즉 위염이 진행 중이란 것입니다.
만일 위염이 있다면 맵거나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는 것이 순리인데 어찌 된 것일까요?
마른 아이라면 평소에 음식에 대한 욕구가 적어서 적고 좁게 들다 보니 음식에 대한 정보를 몸에서 충분히 갖고 있지 않으므로 자신한테 편한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이 부족할 수가 있고 그러다 보면 맞지 않은 음식이라도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됩니다.
살집이 있는 아이라면 비록 위장관은 불편하더라도 근육에 저류하고 있는 탁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하여(땀을 내기 위하여) 매운 것을 찾게 됩니다.
어떤 경우든 아이들의 혀를 보면 백태가 있던, 없던 상관없이 혀 바탕이 새빨갛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만성적인 위 질환으로 발전하기 전에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소화관을 편하게 하는 치료를 받고 제대로 된 음식섭생에 관한 정보를 받은 것이 좋습니다.
가끔 아이의 성장에 맞지 않는 섭생을 모른척하시는 어머니들을 봅니다. 그러나 섭생뿐 아니라 생활 자체도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과학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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