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이란 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 뜻이야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혹은 늘 먹는 상차림이 아니고 여러 음식으로 뭔가 격식을 차린 상차림이란 뜻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상차림의 음식 배열과 그리고 어떻게 먹는 것이 원형에 가까울까요?
왜냐하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한정식 요리 집들이 서양식을 따라 소위 코스요리로 나오는데 원래의 우리식의 상차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원래의 한정식이라 불릴 만한 상차림은 어떤 모습일까요?
추론하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차례상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큰상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위한 혹은 분위기를 위한 편안한 술이나 아니면 술 대용으로 차나 김치 국물 혹은 기타 국물 등으로 입을 추겨서 미리 소화관에게 준비하도록 여유를 줍니다. 그리고 본 상이 차려집니다.
본 상은 상위에 온 음식을 다 차려 놓고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먹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입에서 당기지 않는 음식은 먹지 않아도 됩니다. 음식의 낭비는 있겠지만 남는 음식은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마지막에 숭늉이나 차 혹은 편안한 술로 입가심합니다.
그런데 요즘의 요리집의 한정식 코스는 현대 생활이 서양식으로 변모가 되어서 한정식의 과정도 서양식으로 하나하나 차려집니다. 요리가 순서대로 나오고 들어갑니다. 이렇게 변한 이유가 비싼 한정식집에서는 서양식에 익숙한 중상류층의 기호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고 한편으로는 접대용으로 한정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외국인의 생활양식에 맞게 하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요리나 잔반처리의 편의점도 있을 것입니다.
상차림의 일반적인 과정은 물부터 시작하여 야채나 서양식의 샐러드 생선회 튀김 부침류 육류 마지막에 된장찌개나 국을 곁들인 밥 그리고 과일 아이스크림 차등으로 마무리됩니다. 코스를 마치고 나면 별로 많이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배는 부른 것 같고 만족스러워도 그러나 마지막까지 입맛에 남는 것은 된장찌개나 김치나 젓갈입니다. 된장찌개나 김치가 맛있으면 전체가 맛있게 느껴지고 그렇지 못하면 뒷맛이 답답하거나 허전합니다.
그런데 차려내오는 접시도 예술적인 것 같고 음식 모양도 맵시가 여간 아닌데도 불구하고 종종 뭔지 모르게 개운한 맛이 없고 답답한 느낌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요즘의 한정식의 음식 메뉴를 기미로 따져보면 대부분이 발산하는 것보다는 수렴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를 수렴하는 본초로 이루어진 음식들은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쉽게 배가 부르고 속을 더부룩하게 만듭니다. 예컨대 고춧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야채, 기름기 많은 부침, 생선이나 단맛 처리한 육류, 그리고 어설프게 한방 분위기를 낸답시고 대추나 밤 등을 넣은 음식 등은 모두가 수렴적인 본초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의 신체적인 상태는 옛날과 달리 영양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태생적으로 소화관이 약한 편입니다. 즉 이 말은 대부분의 요즘 한국 사람들은 수렴적인 음식은 많이 먹으면 속이 답답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식이란 형식적인 분위기 때문에 돈은 많이 들였음에도 먹는 즐거움은 부족한 상차림이 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갓김치나 잘 발효된 동치미를 곁들이는 식당들도 있기는 합니다.
수렴적인 기미가 주요한 식단이 되는 상차림은(예컨대 호텔 뷔페도 포함하여) 한참인 아이들이야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만 나이 든 분들은 속이 무거우면 그만큼 밥상의 분위기도 줄게 됩니다. 모여서 같이 먹는 음식상이 배부르면서도 속에 부담이 안되면 모임의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한정식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음식재료의 기미를 알아서 한정식의 코스를 좀 더 단출하게 줄이고 우리 체질과 입맛에 맞게 좀 더 발산적인 메뉴를 개발하였으면 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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