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5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서 10월까지 핍니다. 수종에 따라 번성하는 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요즘은 개량으로 인해 10월에도 6월 못지않게 번성하는 수종이 있습니다. 필자의 마당에도 장미가 가득합니다. 요즘에 꽃봉오리가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장미 잎이 벌레들에 의해 뜯겨져 앙상한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마음먹고 살펴보니 잎들만 뜯겨나간 게 아니라 잎 위에 뭔가 까만 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벌레 퇴치를 위해 약을 치면 편하겠지만 구태여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서 한 마리 한 마리 긴 핀셋으로 잡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벌레가 있는 나무는 여러 곳에 벌레들이 여러 가지에 퍼져있고 한 가지에도 보통 대여섯 마리가 몰려서 잎을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잡아내다 보니 눈도 피곤하고 허리도 아프니 뭔가 효율적으로 잡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장미 나무를 살펴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첫째는 벌레들이 몰려있는 곳은 장미꽃이 피는 가지에 꽃 바로 아래 잎에 많았습니다. 꽃이 없는 다른 가지에는 벌레들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한 마리 정도로 아마도 이동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는 잎 위에 작은 검은 점들이 있는 곳 위의 잎 부근에도 몰려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니 검은 점들은 벌레들의 똥이 확실합니다.
위의 두 가지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장미 벌레를 찾아보니 일일이 잎을 뒤집어 보지 않아도 벌레들이 있는 곳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추정해 보니
1. 꽃이 있는 가지에 벌레들이 몰려있는 이유는 그 가지는 다른 가지에 비하여 영양이 좋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꽃을 피우려면 영양이 가야 하니 벌레들은 실속 있는 가지와 실속 없는 가지를 구분하여 효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죠.
2. 밥을 먹으면 반드시 똥을 싼다는 우주의 법칙은 역시 진리입니다. 생명체이든 사람이 만든 기계이든 에너지 원을 투입하면 일을 하게 되고 그리고 반드시 노폐물을 배출하게 됩니다. 같은 이치로 똥이 있다는 것은 똥을 배출한 생명체가 있다는 뜻이니 보호색으로 잘 보이지 않는 벌레를 찾아보는 것보다 눈에 쉽게 띄는 잎 위의 검은 똥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한편 이렇게 장미 벌레를 잡다 보니 모르는 벌레들도 입을 갉아먹기도 하고 특히 작은 달팽이들이 잎을 크게 베어 먹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장미 잎들이 순하고 조금 달콤한 이유로 장미한테 많은 벌레들이 몰리나 봅니다.
꽃 나무를 보면서 이쁘다는 감상만이 전부가 아니라 직접 이렇게 살아가게 해주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즐거움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여러 손길이 해도 끼치고 도움도 주는 - 그런 환경 속에 있는 것이 자연인가 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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