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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자가 옷을 벗는 이유와 상한론의 궐음병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6. 1. 9. 13:59

1. 동사자들이 옷을 벗어던지는 사례와 이유

최근에 어떤 사이트에서 설산에 등산을 갔다가 동사한 사람의 시신 사진에 옷이 벗겨진 모습이 보았습니다. 당연히 바로 궁금증이 올라와 글을 읽어보니 의외로 동사한 사람들 가운데는 옷을 벗은 상태가 드물지 않은가 봅니다. 물론 이유는 나와 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필자는 바로 이해는 갔습니다. 살려고 몸에서 열을 내니 덥게 느껴져 옷을 벗었을 것이란 추론이죠.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올라온 댓글을 보니, 의외로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에 좀 놀랐습니다. 주로 전방의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너무 추웠다가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서 괴로워하는데 이를 보고하자 상급자가 건물 안으로 데리고 갔다는 내용인데 비슷한 경험담들이 연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담을 들어보니 설산에서 동사하는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 옷을 벗어던지는 사례가 충분히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진을 보면 양말이나 옷을 벗어던진 것으로 보아 피부까지 극한 열감을 느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추위에 저항하기 위해 몸에서 아주 과도하게 열을 내는 생리 작용이고 그리고 이것은 에너지 소모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결국은 정기(=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죽게 되는 과정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배우는 내용은

1) 인간의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할 수도 있다.

2)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정기가 충분히 남아 있어야 가능한데 등산인의 사진이나 군대의 경험 사례로 보아 모두가 정기가 충실한 젊은 사람이나 가능할 것이다.

3)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임상의서인 상한론(傷寒論)에 나오는 병리 가운데 궐음병이 나오는데 외부의 한기로 인하여 병증이 들어와 마지막 단계인 궐음병에는 죽는 경우와 사는 경우를 증상의 변화로 구분해 놓았는데 바로 위의 사례가 그 병리를 확실하게 보여주어 다시 한번 고전의 가치를 느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을 남겨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하고자 합니다.

2. 상한론 궐음병

흔히 거의 같은 시대에 쓰인 황제내경과 상한론을 비교할 때 내경은 생리 이론서, 상한론 임상서로 구분하니 글자란 늘 그렇듯이 구분하여 정리하면 그런 정리된 이론 자체가 마치 정립되고 굳어진 진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잘 보면 그런 정리가 전부가 아니죠. 후학들이 선배들이 해놓은 정리된 주장을 그냥 믿어버리는 습성은 진실한 학문자들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1) 상한론에 대하여

여기 자유게시판에 상한론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접근하는 자세에 대해서 올린 바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소위 공부 좀 한다는 한의학도들이 내공이 미치지 못하는 선배들로부터(非人이면 不傳 해야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뭔가 핵심에서 벗어난 상한론 해설로 잘 못 몰입하거나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무시하려 들거나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검색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간단하게 상한론을 축약하면 외부로부터 (당시에는 외부로부터 물리적 상처가 아닌 경우 나쁜 기운은 찬 기운 밖에 없었으므로) 한사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 나타나는 증상들과 그 증상에 적절한 처방을 기록한 의서입니다. 따라서 상한론에서는 사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생리이자 병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상한론 암기 자체가 무의미한 글이 됩니다. 즉 단순히 상한론에 나와 있는 비슷한 증상이 있으니 상한론에 기록한 처방으로 치료를 했다고 해서 상한론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상한론이 단순히 증상과 처방을 나열한 임상서라고만 인식해서는 상한론을 폄하하는 것입니다.

상한론은 한사가 몸에 들어오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태양병 그다음이 양명병, 그리고 소양병, 태음병, 소음병 그리고 마지막인 궐음병입니다. 즉 단어만 보아도 경락을 타고 한사가 들어온다는 내용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한사의 대표적인 병증으로 흔한 감기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태양병은 태양경이 지배하는 부위인 근육이 많은 등 부위가 차가워지면 감기 걸리는 것은 상상해 보시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필자의 말이고 상한론에는 태양병이란 말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위 혹은 태양경이란 표현은 없습니다.) 예컨대 목덜미 부위가 써늘 하면 감기에 걸리게 되고 그리고 감기 걸리면 열이 나는 거죠. 그런데 다음 단계는 양명병이라 해서 고열이 나는 단계이고 그 다음은 소양병이라 해서 음경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즉 처음에 양경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아직은 몸의 양부분 (내장은 음이니까)까지이고 그다음 단계는 태음 소음 궐음의 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아직 양(陽)의 부위에 한사가 머무르면 가벼운 상태이고 음으로 들어가면 소위 감기로 인한 무슨 무슨 병 이런 식으로 병증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예컨대 감기로 시작한 증상이 폐에 염증으로 발전되면 현대의 이름인 폐렴으로 부르는데 폐는 음(陰)이니 증상은 깊어진 것이죠. 그 음 가운데에서도 태음이 있고 소음이 있고 마지막 궐음이 있습니다. 태음과 소음 역시 열은 있고 겉보기에는 주로 소화기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소화기 증상은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소화기 증상과는 다른 것입니다. 혹여 엉뚱한 한의사가 실수할 까 염려되어 예를 들어봅니다. 예컨대 항암주사 맞는 분이 설사가 그치지 않으면 양방병원에서는 설사 멎는 약을 줍니다. 그리고 모자란 한의사 역시 설사가 멎는 처방을 내리기 쉽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둘 다 몸을 망치는 처방이 됩니다. 왜냐하면 항암 주사는 혈관에 바로 들어가는 것인데 주사제의 기미가 냉하여 이것은 한사와 마찬가지인데 다만 혈관 주사이므로 한사가 직접 양의 부분을 거쳐 발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음장에 한사가 주입된 것이어서 비록 몸의 양의 부분도 역시 경험 없는 음장의 한사를 받아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단은 에너지를 아끼고 또한 이미 에너지 자체도 모자란 상태이기 때문에 설사를 통하여 부담을 줄이고 사기를 배출하려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설사를 멎게 해서는 안 되고 그냥 두고 다만 음장의 항암약 기운( 즉 한사)을 상쇄시켜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설사가 멎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음장의 한사가 줄어드니 기력의 소모도 같이 줄어듭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필자의 임상 치료 사례입니다.)

태음과 소음병에 대한 기록은 내용이 짧습니다. 왜냐하면 음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병리는 겉보기에는 바로 보이지 않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궐음병은 음병 중에서 가장 글이 깁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고 실제로 모든 환경이 힘들었던 당시의 임상에서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궐음병은 속열과 통증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궐음은 음이 가장 작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음장도 기능이 점점 떨어져 음장으로서의 마지막 단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열이 나는 상태와 증상에 따라서는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고 죽는 경우를 구분해 놓았습니다.

결국 상한론의 핵심적 생리는 한사가 들어오면 열이 난다는 것이고( 쉬운 예로 동상이 걸리면 그 부위가 화상처럼 변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핵심적 병리는 병의 진행은 겉피부 근육에서 시작해서 위나 대장 등의 소화기관인 부(腑)로 발전하고 그다음은 음장(=오장) 으로 들어가는데 음이 약해지면 회복이 될지 죽을 지가 판가름이 난다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단계가 궐음인데 궐음의 속성은 열입니다. 즉 오장이 살기 위해서 극에 달할 정도로 열을 내는 것이죠. 그래야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니까요. 열이 나더라도 기운이 모자라면 죽게 됩니다. 그 기운의 여부를 판단하는 상세한 기준이 궐음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3. 궐음병과 옷 벗은 동사자

설산에서 추워지자 등산객은 처음에는 옷을 여미겠지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사가 너무도 빠른 시간 안에 태양 양명 소양 태음 소음 궐음으로 오장을 침범합니다. 그러면 몸에서는 살아내기 위해서 마지막 몸부림으로 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추울수록 극심해지자 그 열기는 피부까지 태울 듯 너무 날카롭게 발산할 것입니다. 그래서 걸치고 있던 속옷마저 벗어던집니다. 그런데 그 단계가 궐음입니다. 즉 음기가 작아 태워내어 열을 낼 정기가 모자랍니다. 즉 그 열기는 강했지만 오래 지속이 안됩니다. 그러면 몸은 곧바로 얼어갈 것입니다.

댓글을 달아준 전방 군인들 역시 같은 경험을 한 것입니다. 다행히 당시 지휘관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여 (아마도 그런 사례들이 고산지 전방에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다 죽은 병사도 있었겠죠. 그런 경우는 얼어 죽은 것이 아니라 원인 모르는 열병으로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런 경험을 한 병사는 많은 에너지를 손상되었음 기억하여 반드시 나중이라도 메꾸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이 감기 걸려 고열(38-40도 정도) 이 나면 이는 거의 태양을 지나 양명 단계에 이른 단계로 해열제를 먼저 먹일 것이 아니라 좀 더 추세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뇌를 건드려 해열시키는 방법은 그 자체로서는 뛰어난 방법이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뇌기능을 교란시키는 것이기에 세월이 가서 나이가 들면 그 교란이 어떤 후유증이 생기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의학도 들한 테 하는 말입니다만 상한론의 과정은 감기로만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모든 병증에서의 병리를 통찰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속을 볼 수 있고 한사가 아닌 다른 원인이라고 할지라도 응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 끝 -